심약한 고려 현종, 성군으로 거듭난 사연

입력 2017-11-12 18:28  

탈춤극 '동동' 정동극장서 공연


[ 양병훈 기자 ] 고려 8대 왕 현종(992~1031)은 사생아 출신이다. 이 때문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는 살해 위협을 받으며 살았다. 1009년 왕위에 올랐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게 아니었다. 정변이 일어나 아버지 목종이 폐위된 상황에서 다른 왕위 계승자가 없어 얼떨결에 왕이 됐다. 이런 일그러진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현종은 성군이 됐다. 무신이 지배하던 정치를 청산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현종은 어떻게 어두운 과거를 벗고 모든 것을 이룬 걸까.

지난 9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개막한 ‘동동’(사진)은 ‘현종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란 의문에 작가적 상상력을 입혀 만든 탈춤극이다. 대본을 직접 쓴 육지 연출가는 현종 재위 기간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린 불교행사 팔관회에서 스토리를 풀어낼 힌트를 얻었다.

극은 팔관회 마지막 날 현종이 궁궐 밖으로 나갔다가 신비로운 모험을 하는 가상의 상황을 그렸다. 심약한 왕인 현종은 팔관회에서 모시는 신 가운데 하나인 용신(龍神)을 만나 강감찬 장군 탈을 얻는다. 이를 얼굴에 쓰자 갑자기 마음속에서 실제로 강감찬이 된 것 같은 용기가 솟구친다.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궁궐 밖으로 뛰쳐나간 그는 고난에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사는 백성들을 본다. 현종은 ‘나도 이들처럼 씩씩하게 살아야겠다’며 어두웠던 과거를 털어낸다. 이때 거란이 고려를 침략한다. 현종은 침략군에게 유린당하는 백성을 보며 그들을 지키기 위해 강인한 왕으로 거듭난다.

탈춤극답게 동작이 큼직하고 흥이 묻어나는 안무가 주요 볼거리다. 안무는 김재승 안무가와 허창열 고성오광대(중요무형문화재 7호) 이수자가 협력해 만들었다. 무대의 화려한 변환은 없지만 배경과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의 줄거리에 맞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종이 신비로운 일을 겪을 때는 무대 뒤에 큼직하게 박힌 보름달 조명을 밝히고, 거란이 백성을 유린할 때는 빨간 조명을 비춰 무대 전체를 붉게 연출하는 식이다.

육 연출가는 “신비주의적 요소와 유쾌한 일탈을 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통해 고려시대 ‘한 여름밤의 꿈’을 그렸다”고 말했다. 오는 26일까지, 3만~5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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